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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된 수련회 - 김정숙 ( 2013 신도회수련회 소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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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된 수련회   -  원건 김정숙
 

신도회 수련회가 있다는 공지 사항이 붙여져 있었다.
2년전 심한 스트레스와 고질적인 허리병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자신하던 관법이 겉돌고 내려놓아지질 않고 무척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두려웠다.
참 많이도 힘들었다.
 
촛불재, 임원진 수련회, 하안거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안정이 되고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밝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웬지 이번 수련회엔 별 관심이 가질 않았다.
이유는 수련회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참여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걸림없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수련회를 하고 싶었고 혼자 있을 거사님도 괜스레 신경쓰였다.
 
수련회 아침에 묘하게도 우리 심직회 도량청소 당번에 내가 당번이 되었다.
당연히 수련회는 뒷전이고 청소만 하고 가려고 일찍 절에 올라갔더니 공양주 보살님께서
 ‘수련회 신청했느냐’고 물었다. 안한다고 했더니 지금 빨리 신청하라고 야단을 쳤다.
그냥 못들은 척 청소를 하고 있는데 스님께서 지나가시다가 수련회를 물어보시기에
‘허리가 아파서 수련회 전체를 소화 못할 거 같아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몸이 아프면 수련회가 약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수련회를 놓치고 가면 많이 후회가 되더라구요. 잘 생각해 보세요.’
 
참 난감했다. 차라리 ‘보살님 수련회 하세요.’ 하시면 좋으련만 청소를 마치고 공양간 내려가니
공양주 보살님이
 ‘제대로 된 인간이 어딨노?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수련회 하면서 공부하는 거지.’
그 말 한마디에 완전 꽂혔다.
 
그래서 수련회 접수를 하고 입제식에 참여했다.
오전 입제식 마치고 집에 가서 거사님께 얘기하고 식사준비를 해놓고 부랴부랴 절에 도착해서
저녁 프로그램 자비명상 우주여행부터 참여했다. 네 개의 별나라를 여행하면서
여러 인연들을 만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너나가 하나가 되었다 서로 공감대를
이루면서 손을 마주잡고 ‘정말 하나네요.’하고 감탄했다. 부처님의 나라에선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너나 하나가 되어 기차놀이를 하고 돌면서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다.
 
촛불재! 항상 촛불재는 엄숙하고 경건하고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발원문이 낭송되고
가슴이 찡하고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와서 캠프파이어 주위에 둥글게 촛불을 내려놓고
선법가를 부르고 우린 이미 하나가 되어 부처님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생각 외로 허리도 별탈없이 잘 따라 움직여주었다.
 
다음날 대강당에 모여 또다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치면서 그 순간 우린 죽은 사람이 되었다.
제일 먼저 구업의 방으로 갔다. 우리 앞에 각자의 거울이 놓였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지었던
구업을 거울을 보면서 재현을 해 보는 시간이었다. 난 혼자만의 공간에서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갑자기 큰 동서 생각이 났고 큰동서에게 섭섭하고 원망스러웠던 마음을
거울을 보면서 재현을 해 보니 내 얼굴이 고약하고 너무 못생겼었다. 주름이 자글거리고 못생긴
내 얼굴을 보면서 ‘큰 동서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몸이 아플 수밖에 없겠구나!
이렇게 인상을 쓰고 마음을 불편하게 살았으니 내 중생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고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으로 상대방을 칭찬하는 칭찬릴레이가 있었는데
평소 약간은 내 마음이 불편했던 같은 신행회 보살님 옆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보살님이 날 칭찬하는 과정에서 망설였다. 난 ‘왜 저러나’ 하고 그냥 있었고
반대로 내가 보살님께 칭찬하는데 두 손을 잡고 그냥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말이 나왔다.
마침 스님께서 보시고 ‘회포를 푸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런데 그냥이 아니었다. 수련회 마치고 심직회 일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보살님이 먼저 솔직하게 이야길 해주었다. 칭찬릴레이에서 내게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내게 사과를 했다. 나도 갑자기 참으로 보살님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사과를 하고 그동안 불편했던 마음이 사라져 버리고
아주 편안했다. ‘수련회란 이런 거구나’ 이렇게 풀려가는 게 있고 녹이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연의 방으로 갔다. 내 인연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결국엔 기가 막혔다.
왜 이렇게 잡고 있는 인연들이 많은지 손 묶이고 팔, 몸, 눈이 묶여지자
‘아싸! 그래도 발은 안 묶였다’ 하는 순간 발까지 꽁꽁 묶여 꼼짝 달싹도 못하였다.
다행인 것은 묶인 인연의 줄을 풀 수가 있었다. 앞뒤에서 달려들어 풀어 주었다.
한마음 주인공은 참 자비하고 똑똑했다. 감사합니다.
 
세 번째 집착의 방 그렇게 인연줄에 많이도 묶이더니 집착 또한 어마어마했다.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인연과 집착이 나도 모르게 도사리고 자리잡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새삼 놀랐다.
 
네 번째 공덕의 방 내가 지어놓았다고 생각했던 공덕을 찾아보았다.
조그마한 실마리를 가지고선 용감하게 다섯 가지를 배낭에 주워 담았다. 무거웠다.
‘정말 함이 없이 했는가’ 라는 스님의 말씀에 하나하나 내려놓고 마지막 하나만 가졌다.
아들과 친정조카가 함께 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법을 전했다는 걸 가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함께한 젊은 도반에게 주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참 부끄럽고 뻔뻔했다.
참나의 줄을 잡고 저승체험을 하면서 우린 다시 태어났다.
 
1박 2일 동안 법우님들의 정성이 담긴 공양들 너무 맛있었고 감사했다.
이렇게 수련회를 알차게 만들어서 우리들을 일깨워주시려고 애쓰신 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련회를 통하여 에너지가 충전이 되고 너나가 하나가 된다는 사실에 감동과 감사함을 느꼈다.
이번 수련회를 놓쳤다면 후회할 뻔 했다.
수련회 아침까지 불편했던 허리통증이 가라앉고 탈 없이 잘 견뎌냈다.
‘마음을 다스려야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큰스님 가르침처럼 이 수련회가 내겐 약이 되었다.
그리고 내 법명을 다시 해석할 수 있었다.
 ‘둥근 원’에 ‘하늘 건’인데 원은 마음이고 건은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살아가는 순간들은 원건으로 태어나기 위한 밑거름일 것이다. 열심히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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