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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 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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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2 - 등록

그동안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그저 주인공 자리에 감사한 마음만이 가득할 따름입니다. 처음 선원에 오기 전 다른 사찰에 다니고 있었고 더 옛날에는 기복적인 곳을 찾아다녔던 시절도 있었지만 뒤돌아보면 참된 진리와 참스승을 찾기까지의 과정이고 공부였다고 여겨집니다.
선원과 처음 인연이 되었던 것은 큰스님께서 부산 KBS방송국에서 대법회를 처음 가지셨던 때입니다. 그때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때라 평일에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손에 물이 마를 틈도 없이 바빴지만 일요일에는 시간이 한가해서 남편과 여기저기 명산대찰을 찾아 다니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 불교신문에 실린 큰스님대법회 광고를 보고 법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대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 법문을 듣는데 도무지 큰스님의 법문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고 계속 잠이 왔습니다. 이상하게 여기며 내가 부처님의 정법을 알기 위해 여기 지금 와 있는데 이렇게 잠이 자꾸 쏟아지면 어떻게 하냐고 마음으로 제 자신을 나무랐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받았던 작은 회보에 실려 있던 약도를 보고 남편과 함께 부산지원을 처음 찾아왔습니다.
처음 선원에 왔을 땐 일반사찰과는 다른 절 풍경에 다소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뭔지 모를 편안함과 끌림에 의해 자꾸 선원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라 그저 먼저 공부한 도반들의 행동이나 법담을 들으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귀를 기울이는 동안 차츰차츰 내 마음 속에 있는 진짜 부처인 주인공을 부르게 되었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렇게 공부해 나가던 중 우리 신행회 회장님께서 부산지원 불사를 위한 1000일기도 안거에 들어가서 함께 마음을 모으자는 권유가 있었고 그 무렵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해왔던 식당도 점차 한가해져서 저녁에 훨씬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녁마다 선원에 올라와서 법당에 앉아 좌선을 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주인공! 일체조상님들과 인연지은 모든 영가님들이 전부 부처님자리에 들어 몰락 벗어나게해."라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달쯤 지나자 하루는 밤늦게 다대포에 있는 우리아파트에 갔는데 경비아저씨께서 장경창이라는 사람이 급하게 찾더라는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 사람은 서울에서 우리를 찾기 위해 내려와서 5일 동안 부산에서 지내며 팔방으로 우리를 만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우리와 연락이 안되어서 돌아가려고 하던 마지막 날 겨우 연락이 닿아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은 알고보니 저희 시아버지께서 젊은시절 다른 여인에게서 낳았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어머니가 어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고아나 다름없이 생활하며 41살인 그때까지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를 만나는 그때까지 우리가족을 만나서 우리 장씨가문의 핏줄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영원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민등록을 얻을 수 없는 마지막 상황이었고 그 얘기를 듣는 동안 그 분의 살아온 삶이 얼마나 가슴 아프게 느껴지든지......
우리는 급하게 법원에 가서 그 사람이 우리 장씨 가문의 사람임을 밝히고 그 사람에게 호적을 찾아주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도 얼마나 아들이 처한 상황이 급박했으면 그렇게까지 우리와 연결되게 해서 호적에 올릴 수 있도록 하였을까 생각하니 그저 찡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후 그분의 어머니 천도재를 지내드리며 다시 한번 일체조상님들의 마음과 우리 마음이 다르지 않으며 하나로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선원에 다니는 동안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지냈습니다. 오히려 선원에 나오기 훨씬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내게 주어진 운명을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려고 열심히 식당일을 했었습니다.
그동안 선원에 다니면서 안거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동참하면서 마음공부를 좀더 단단하게 할 수 있어서 정말 주인공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자식들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며 잘 자라주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60중반에 접어든 지금 이렇게 부처님 법을 믿고 실천하며 살아온 세월에 너무나 큰 감사한 마음이 들며 건강이 주어지는 한 앞으로 공부의 끈 놓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더욱 더 선정 지혜가 밝아지도록 관하며 공부해 나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우리 부산지원 불사가 원만히 잘 회향되어지기를 합장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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