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께서 내려 오신 산을 다시 오르며- 견성암에서
본문
어떤 나뭇잎은 둥글고
어떤 나뭇잎은 뾰족하고
어떤 꽃은 큼지막하고
어떤 꽃은 작디작았습니다.
어떤 돌은 큰 바위로 우뚝 섰고
어떤 돌은 발밑에 깔릴 만큼 작았습니다.
산 빛이 짙어지는 6월,
치악산 견성암으로 오르는 길은
그렇게 저마다의 생김과 크기와 빛깔로 장엄되어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걸어 오르는 이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빠르고
어떤 이는 느렸으며
어떤 이는 십대이고
어떤 이는 칠십대였으며
어떤 이는 산을 오르고
어떤 이는 다글라스 민박에서 멈추었습니다.
다리가 아파 산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은
큰스님께서 한글로 풀어내신 금강경 독송으로
마음 깊숙이 큰스님을 모셨습니다.
산을 오르지 못해도
치악산 자락에 앉아 큰스님을 뵙습니다.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몸과 마음을 둘 아니게 다루며
길 아닌 길을 가는 법을 알려주신 스승님 덕분입니다.
다리가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우리 모두는 그 아픔을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맙게 여깁니다.
그 다리와 허리로 살아 낸 시간이 고맙고
마음이 아파서
그 아픈 마음을 어디에 둘 곳 없이 절박하여
오로지 주인공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자성의 묘용을 빛내며 살 수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견성암에서 보임하시며 수많은 이들의 병고를 해결하셨던 큰스님,
견성암 토굴에 드신 6년만에 도심으로 내려오셔서 그 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산을 내려왔을 때는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해 보고 '아!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알았기에 내려왔던 것이다.
또 그렇게 알고 나니까 산중에 머물 게 아니라 도심으로 내려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고 불법이 '바로 이러하다.' 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님께서는 산을 내려 오셨고 우리는 다시 그 산을 오릅니다.
우리의 실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견성암에서
어떤 이는 웃었고
어떤 이는 울었습니다.
어떤 모습이었든
어디에 있었든
우리 모두는 나의 생명을, 당신의 생명을
모두의 생명을 이롭게 하는 존재입니다.
산을 내려오신 스님께서 그러하셨듯,
우리 모두의 오늘 하루가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주는 실험들로 가득하였기를 마음냅니다.
*그날 산길 오르며 청주지원 도반님들을 만났습니다.
부산지원 총무님께서 찍어 보내주신 사진엔
청주지원 신도님들의 단체 사진도 들어 있네요. ^^
우리는 한가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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