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새알심을 빚는 마음으로 - 2015년 동지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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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오늘이 동지입니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
어둠이 가장 긴 날을 왜 그리 중요시 했을까요?
‘작은 설’이라 하여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을 할 만큼
중요한 절기로 삼았을까요?
어둠의 절정에서 밝음의 기운이 움트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실제로 동지를 정점으로 낮이 하루하루 길어집니다.
긴긴 밤을 보내고 가장 밤이 긴 날을 지나면 이제 밝음의 차례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지구가 우주계에서 흘러가는 흐름입니다.
동지를 준비하며 어제부터 새알을 빚고 팥을 삶았습니다.
하얀 찹쌀 반죽을 하고 붉은 팥을 삶는 과정에서도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뜨거운 물에 찹쌀가루를 반죽하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찹쌀은 뜨거운 물에 익반죽해야 더 쫀득하게 점성이 생긴다고 해요.
사람도 그와 같아 제각각 성정이 다르니 다 맞이하는 경계가 다르고
공부길도 조금씩은 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보살심들이 새알심을 빚는데도
얼마나 조심조심 새알심을 다루시는지
우리들의 마음도 저렇게 알뜰하게 보살피고 다루어
동그랗게 동그랗게 자유자재로 굴리며 살아야겠구나 절로 알아지기도 했습니다.
동짓날 아침,
한 청년 법우가 말했습니다.
“이상하게 팔을 못 들어 올릴 정도로 아파서 왜 이렇게 아프지 생각해 봤더니
어제 찹쌀가루 반죽 치대기를 너무 많이 해서 그렇구나 생각이 났어요.“
끝도 없이 다가오는 찹쌀가루 반죽을 치대고 또 치댔으면서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릴 정도로 한다는 생각 없이
운력에 동참한 그 법우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마음으로 운력에 동참한 모든 분들의 정성으로 오늘 먹는 팥죽 한그릇이
어둡고 우울한 기운을 밝은 기운으로 화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여러분 모두 팥죽 드시고 행복하셔요~~
물론 팥죽 못 드셨대도 행복하시고요~~^^
팥죽 한 그릇 드시면서 큰스님의 팥죽 법문 새겨보셨으면 하고 올려드립니다.
*** 대행 스님의 팥죽 법문 *****
예전에 어느 스님이 솥을 걸어놓고 팥죽을 쑤는데 죽이 끓으니까
여기 저기서 뽈록뽈록 죽방울이 솟더란 말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죽 솥을 들여다보면서 주걱으로 방울방울 솟는 것을 내리치면서
요놈도 문수, 요놈도 문수 그랬답니다.
그러니까 요놈도 주인공 요놈도 주인공… 그래도 되겠지요.
방울방울 솟는게 다 팥죽이지 다른 것 아니지요? 그러니 뭘 모르겠다는 것입니까?
찰나찰나에 고정됨이 없이 나투고 돌아가는 것, 그게 주인공 즉 말하자면 팥죽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찰나찰나에 하고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언제 따지고 말고 할 겨를이 있겠어요?
그냥 주인공! 하고 밀고 나가면 그뿐이지요.
그러니까 모른다는 생각도 죽방울이고 안다는 생각도 죽방울이고
보는 거, 듣는 거, 말하는 게 다 방울방울 죽방울, 팥죽이란 말입니다.
방울방울 주인공이란 말입니다. 그런데도 모르시겠어요?
주인공이라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자꾸 '나'라는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주인공이 전생, 후생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잘못입니다.
찰나찰나 나투는데 '나'라고 고정할 게 어디 있습니까?
그냥 공이지요. 내가 공이니 삼세도 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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