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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문.그 비하인드 스토리 - 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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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6 - 등록

발원문.그 비하인드 스토리

6월13일 청년회1부 주최로 갔다온 견성암.
견성암에 가기 1주일 전쯤에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견성암 순례 발원문을 적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진해서 하려는 법우가 없었냐고 물으니 당연히, 그러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하며 나한테 미리부터 마음을 많이 내었다고 하신다.
부회장으로서 평소 회장님이 부탁을 하면 잘 응해 주는 편이 아니었다는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무심결에 ‘그렇다면 당연히 나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선뜻 받아 들였다.
응하긴 하였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대표로 발원문을 작성한 적이 없는 터라.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적을지부터 고민이었고, 주인공에게 맡기면 되지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적잖이 신경도 쓰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또 한편으로 ‘그게 뭐 별것이가 적어 면 되지’ 하는 마음도 들어서 그리 부담은 없었다.
그래서, 전화 받자 마자 발원문을 한번 적어 보면서, 견성암 가기 전날까지 매일 생각날 때마다 적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그날 부터 생각날 때마다 컴에 워드로 적어 보관해 두었었다.
그렇게 적다 보니 어느새 완전히 형식과 내용이 다르게 작성된 발원문이 2개였고 그 외 그 두 개의 것을 기본으로 해서 근 열 대여섯 개의 발원문들이 만들어 지게 되었다.
매일 생각날 때마다 수정 삭제 하며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고민 하다 안되면 다음날로 넘기곤 하였다,
그런데 하나도 마음에 드는 발원문이 나오지 않았다.
노력은 했는데, 뭔가 부족했다.
다른 부분들은 그런 데로 되는데 정작 발원을 해야 하는 내용에 이르러서는 쓰기가 힘들었다. 도무지 잘 안되지 않았다. 무언가 어색하고 마음에 안 들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된 날인 토요일이 되었다
막상 그날 오전이 되어도 스스로 만족이 되지 않았다.
결국, 맨 처음에 회장님 전화 받자 마자 적은 발원문으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역시, 발원내용부분에서 아직 미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것들보다 그 부분이 더 어색하고 되질 않아 힘들었다.
선원에 들고 가야 할 시간은 다 되었고, 아직 까지 정작 중요한 핵심은 적지 못해서 내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고……그런 생각이 급기야 극에 달하니 머리가 복잡해 졌다.

발원문을 16개 가까이 적었는데도
정작 무엇을 발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니……나 참.
안 그래도 말이 없는데. 참 할 말이 안 나왔다.
또 다시 새로 적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심기가 불편했다.

그냥 다 팽개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집 가까이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에 가 버렸다.
공원에 올아와 보니
그날 따라 날이 좋아서 언제 내가 그랬냐는 듯.
기분이 상쾌했다
저수지 가의 벤치에 앉아서 여 여하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자연 속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한동안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잔잔히 일어나는 저수지의 물결만을 바라 보았다
그때 오직 한 생각 만이 계속 들었다.
“내가 정말 공부가 부족하구나………크…윽….”.
하는 깊은 마음속의 속죄…
일주일 동안 발원문을 준비 했는데 과연 내가 뭘 했나..
결국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
정말 내가 마음 공부 마음 공부 하지만 내가 그 동안 뭘 공부했나 하는 마음에 정말 내 스스로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아무 말 없는 정적이 계속되었다.
마음 공부 한답시고 수없이 쫓아 다녔건만 정작 내가 내 주인공에게 또한 큰스님에게 무엇을 진실로 발원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니 어떻게 된 노릇 인가 하고 내 스스로에게 그냥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말 로만 주인공 어쩌고 저쩌고 사량으로 이거니 저거니..
그렇게 정적의 시간이 흐른 뒤
집으로 다시 내려오면서 많이 홀 가분만 마음이 들고 훨씬 더 충만해져 있는 듯한 가슴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몇 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라올 때 마음 하고 내려 갈 때 마음이 확실히 달랐다.

조금은 묘하다고 느끼면서 담담히 내려갔다.

집에 와서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컴 앞에 앉았다.
시간은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어 갔다
.5시에 이것 저것 준비 해야 하는 관계로 선원에 출발해야 하는데……별로 걱정도 안되고 오직 주인공을 믿는 마음은 더욱 충만 해져
오히려 마음이 느긋했던 것 같다.
그리고
1시간 도 채 안되어 문장을 거의 고친 것도 없이
바로 새로운 발원문을 써 내려갔다.
그때의 기분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말 주인공과 하나로 돌아가는
감사함 그 자체였다
스스로 아 ‘이런 게 맡겨져서 돌아 가는 것이 구나.’ 하고 절로 감탄이 나왔다.
1시간도 채 안되어 적은 그 발원문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내 마음에 꼬옥
들어 왔다.
제 주인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어 그래 이제야 만족이 되었던 것이다.



견성암에 가서 상원사를 들러 산길을 내려오면서 모법우님과
같이 내려 오면서 위의 얘기를 하면서
근 일주일 동안에 여러 개의 발원문을 만들었어도
1시간 동안 진짜로 주인공에 관이 되어서 쓴 발원문이
진짜더라고 말하면서,
한 순간 한 순간 그렇게 살아가야 하겠다고 말씀 드리니.
정말 혼자 공부 다 했다면서 칭찬 하시면서 ,
그 20여 개의 가짜 발원문이 있었기에 1시간짜리의 진짜 발원문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하며
더불어 그분이 알고 있는 불법의 오묘한(?) 가르침에 대해 얘기하는 기회도 가졌었다.
지금 문득 '1시간만이라도 진짜 관이 된다면 그 날 하루는 성공한 하루 일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백수인 나에게 좀 위험한 발상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괜히 더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다^^
.
.
견성암에 가서 우리가 가져 오는 것은 뭘까?
결국 더 깊고 넓은 불성의 에너지일 것이다……
견성암에 가기 전에 이미 우리는 그 마음의 에너지를 각자의 주인공자리에서 받아서 가는 것 같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해서 우리들 각자의 간절함으로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인 것 같다,
우리가 발원한 만큼 각자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다는 것을 느낌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정말 깊이 체험했다.
마음 공부 마음 공부 하면서 남들이 무슨 말을 하면 다 알 것 같고 스님이 무슨 법문을 하시면 점차 점차 이해가 되는 것 같았던 나의 공부였는데,
막상 내 근본 자리에 간절한 발원을 하려 하니 잘 되지를 않아
정작 내가 무엇을 발원해야 할지 모른단 말인가 하고 스스로 개탄을 하던 그때 그 불만 가득한 법우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지금 오늘따라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생기며 바라봐진다.
..
..
이 자리를 빌어
일체 한마음 주인공자리에 먼저 감사드리며
또한 견성암에 감사 드리며,
부처님의 자비로 발원문을 적을 기회를 주신 회장님이신 영아법우님과 가까이에서 다독거려준 봉임법우와 그 외 여러 도반님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감사한 공부였기에 여러 도반님들과 함께 나누고 회향하고 싶어 몇자 적어 봤습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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