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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통한 수행 - 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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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8 - 등록

나는 모처럼 맞이하는 일요일, 가족들과 운동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선원에 가거나 서울에 가거나 하는 것은 나를 매우 시험에 들게 하곤 했다. 요즈음엔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산다. 내가 좋아하는 마라톤하는 것도, 90넘은 노구를 이끌고 계신 아버지를 뵈러 시골에 가는 것도, 회사 사람들과 같이하는 행사들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내 생활이 많이 바뀐 셈이다. 그런데 나는 어찌된 셈인지 앉아서 하는 좌선은 매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수행법을 가지고 있다. 바쁜 회사생활을 하려면 체력이 없이는 감당하기 힘드는데 나 스스로 찾아낸 생존방법이 운동(헬스)이다. 나는 매일같이 달리기를 하는데 새벽에 주로 하고, 새벽에 못하면 저녁에 하려고 노력한다. 달리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들이 재미있다. 내가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 또한 매우 단단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여유있게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운동하기를 적극 권유한다. 한마음 도리로 보아서 정신적인 수준이 어떤지는 몰라도 나의 수행법을 다른 분들에게 권해본다.

뛸 때 가장 큰 시험은 뛰기 전의 게으름이다. 그 게으름만 벗겨내고 나면 일사천리다. 처음에 몸이 풀릴 때까지 몸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의식과의 대화이다. 가족, 일, 사람, 회사 등등 의식이 살아오는데 억지로 내가 퍼내는 일 없이 올라오는 대로 여러 가지 대화가 이뤄진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의식의 주인공과 현실에서 만날 때는, 그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매우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러고 나서 무위의 세계와 만난다. ‘주인공’과 함께 달리게 되는데, 이 때 주인공은 다른 분들의 주인공과 같은지 다른지 모르겠지만, 나의 친구다. 주인공은 하늘과 바다와, 산과 나무와, 땅과 만물로 나타나고 나는 그들과 하나될 것을 주문한다.

이 순간이 되면 외형적으로 나의 몸은 거친 호흡과 땀으로 흠뻑 젖어있지만 내면적으로 나는 매우 평온하다. 나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고, 나는 한없이 달리고 싶을 뿐이다. 다만 시간제약 때문에 자꾸 시계를 보는 것이 나의 평온을 방해하는 것이 아쉽다. 나는 달리는 것으로는 지치지 않는다. 일을 해도 지치지 않게 되었고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을 얻는다. 무엇을 하든 힘을 얻는다. 다만 배가 고플 뿐이다.

이것을 주인공 자리에 있다고 해야 할까, 오직 둘 아닌 한자리라고 해야 할까, 한자리마저도 공하여 없다고 해야 할까, 나온 구멍에 돌려놓았다고 해야 할까, 큰스님 가르침 가운데 어느 대목에 내가 서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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