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함께한 제등행렬 - 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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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2 - 등록
비가 내렸습니다.
내가 든 이 등으로 온 우주를 밝히리라.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가 충만한
시간이 되리라.
그러나 그렇게도 간절한 사부대중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가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비옷을 받아들고 그 동안 만든
등에 비닐을 씌우는 순간에도
제등행렬 할 때는 비가 그치겠지하는 마음에는 의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는 계속해서
내렸습니다.
제등행진이 시작되면서 한 발 두 발 내딛는 발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어도
내가 만든 이 등이 무명의 많은 사람들을 밝힐
수 있겠지라며....
신발과 한복치마는 흠뻑 젖어들고 제등행렬을 바라보는 관중들이 줄어들면서
이 등을 들고 걷고 있는 나를 진정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등은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비속에서
오히려 자신들을 밝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래, 나부터 진정으로 밝아지자 그 순간 눈물이 쏟아지며 눈물과 비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와 함께한 제등행렬은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일체를 돌려놓는 진정한 시간들이 되어라." 하신 큰스님의 봉축법어를 진정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큰스님 감사합니다.
큰스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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