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신행담 대장부상, 진계 김상덕 보살님 -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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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뜨거운 나만의 여름을 보냈다.
과학원에서 실시하는 공생실천과정을 6월에 마쳤다. 과정 중에 매일 자기를 지켜보고 일렁이는 마음을 살펴보고 다시 재입력하는 실천과제가 주어졌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 내 마음에서 나고 드는 주인공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순간도 쉼 없이 자신을 살펴보는 중에 내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오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게와 같은 마당을 쓰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장사를 하는 중국집이 있다. 작은 일로 그 집과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집에 갑자기 손님이 많아졌다. 그 집 손님이 줄을 길게 서서 우리 집 출입문을 가리기도 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간들이 많이 지저분해지기도 했다. 중국집에 그 불편함을 이야기했다가 그 집 내외와 아들에게 폭언과 주먹다짐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중국집 사람들의 강한 성격 때문에 함부로 말을 건넬 수가 없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집 아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우리가 사귀는 사이냐? 왜 편지를 쓰고 그러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다 우리 손님은 아니니 그쪽에서 알아서 해결 하세요”라는 참으로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편지한통을 쓸 때에도 주인공자리에 관하고 또 관해서 ‘주인공 모두가 한자리이니 지혜롭게 화합해서 모두 잘살게 해’지극하게 마음 내어 보냈는데 그런 대답을 들을 때 정말 마음이 힘들었다.
그 즈음 잘 유지해오던 가게 매출이 가장 성수기인 8-9월 내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일하는 식구를 줄여야했고 마음고생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도 중국집에는 여전히 주말이면 손님이 북적거렸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내 마음자리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 상황으로 가득 찼다. 옆집에 대한 질투,원망,분함 등등 일초도 쉬지 않고 마음을 흔들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체중은 눈에 띄게 줄어가고 눈뜨는 순간부터 그 불편한 마음은 쉴 사이 없이 올라왔다. 그동안 배운 한마음 공부 자리로 아무리 돌려놓고 정성도 올리고 새벽예불도 다니고 또 관해도 그 생각들은 끝이 없이 올라왔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엇을 공부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것도 녹이지 못하고 그동안에 무엇을 했냐고 가슴을 치며 울기도 하고 진짜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였냐고 자책도 무수히 하면서 발버둥쳤다. 순간 스님이 뵙고 싶었다. 뵙고 싶다는 그 마음이 수천번 올라왔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뵙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지극하면 통한다는 말씀처럼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뜻밖의 장소에서 스님을 뵙게 되었다. 그간의 일을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보살님, 우리가 수 억겁을 살아오면서 안 되어 본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옆집을 자식이라 생각하시고 부모 된 마음자리로 한번 생각해보세요. 부모야 조금 불편해도 자식 잘되는 게 더 좋잖아요.”하시는 거였다.
그 후부터는 불편한 생각, 부글거리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부모 된 마음’이라고 주문을 외우듯 수없이 입력을 시켰다. 참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쉴새 없이 자꾸 입력, 재입력을 하다 보니 어느 때라 말할 수 없이 그렇게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우리 가게까지 줄을 서는 건 불편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 문제를 다시 스님께 말씀드리니 “보살님 그 정도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의자도 내어주고 시원한 물도 대접하세요. 그럼 감동받아 다른 손님까지 보살님 가게로 오실지 모르죠. 그 정도는 하실 수 있어야지요.”하신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했다. 늘 잘하고 있고 최선을 다한다는 나만의 아상과 아집이 보여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크게 마음을 돌리고 나니 옆집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고 그들이 없었으면 내속에 잠재되어있는 아만, 아상, 집착, 질투, 욕심 등등 내가 몰랐던 그 수많은 것들을 어찌 알고 녹일 수 있었을까 참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큰스님 말씀에 이제 귀가 조금 열리는 듯 했다. 나쁜 것도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것도 좋은 것만 아니며 돌부리 하나도 스승 아님이 없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그 후 가게를 수리하는 과정에서도 옆집과의 갈들이 많았지만 서로 타협하려고 노력했고 그도 아니면 그냥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요즘은 매일 감사하다.
일에 지쳐 지옥 같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시간에 잠시 앉아 하루를 되짚어보면 그 하루도 감사하게 회향하게 된다. 그 하루가 나 자신을 더욱 야물고 당당하게 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가게도 차츰 정상을 회복하고 있고 가끔 옆집 식구가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어떠한 상황에도 당당히 걷기를 발원한다.
마음의 진화! 그 단어에 몰두하며 우리의 공부 자리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임을 깊이 깨닫는다. 뜨거웠던 한철을 정리하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 지극하게 올립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시고 같이 아파해주시는 스님들께 마음 다해 삼배 올립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정진 하겠습니다.
-진계(김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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