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버스표' 명패가 우리에게 하는 말. > 부산지원의 오늘

부산지원의 오늘

낡고 오래된 '버스표' 명패가 우리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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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책상 위치를 변경하면서

오래되었던 철제 수납장 대신 장을 짜 넣게 되었습니다.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 재배치하면서

구석구석 소복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었고

오랫동안 보관 중이던 물품들을 꺼내 다시 넣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물건들은 버려지기도 하고,

어떤 물건들은 이게 여기 있었구나하면서

제 역할을 다시금 하게 되기도 했지요.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하나하나 정리가 되어 갈 때

나타난 오래된 명패들.

 

 

버스표

신도회비

기도비

접수처

 

[버스표]라는

명패를 보는 순간,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안양 정기법회에 가기 위해 버스표를 신청하고

일요일 새벽이면 어두 컴컴한 부산역앞 도로에 정차돼있는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그 버스는 부산역에서 4, 동래역에서는 420분에 어김없이 출발해

안양 본원으로 향하는 버스였습니다.

그곳에 가면 큰스님이 계셨고

큰스님께서 설해주시는 법이 있었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해 주시는 스승님이 계신 그곳에서

많은 이들이 삶의 고를 녹이고 마음자리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부산역 앞의 도로에 줄줄이 선 버스들.

한때는 스무대에 가까운 버스가 매달 움직였다고 하니

큰스님법문을 받들고 그 법의 길을 따르고자 했던 부산 신도님들의 신심과 열정이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무르익던 시절이었습니다.

 

보살님들과 거사님들이 새벽 버스를 탈 때

청년들은 새벽 열차를 타고

법담을 나누며 수원까지 달려가곤 했습니다.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관악역까지 가서

본원의 불빛이 보이면 반가웠던 그 당시의 느낌들도

[버스표] 팻말을 보니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명패들을 반질반질 닦아 보여주니

마침 사무실에 계시던 신도회 회장님과

안양행 버스에서 신도님들을 인솔해 다녀왔던 직원들은

저마다 그때를 회상하며

먼 길이어도 달려가기만 하면

큰스님께서 계시던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코로나로 안양 법당에 앉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까마득한 시점이니

새벽 단잠을 물리치고 큰스님을 뵈러 가던 그 버스 안이 절절히 그리웠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처럼 버스표를 끊지 않지만

안양으로 달려가도 육신으로 법을 설해 주시는 큰스님께선 아니 계시지만

코로나로 안양 본원 법당에 달려갈 수도 없는 시절을 살고 있지만 

있는 자리 어느 곳이든, 그 언제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응해주시는 큰스님이 계시고

일체를 한마음으로 귀결시키는 한마음직행표를

항상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날의 버스표는 오늘의 우리에겐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을 큰스님께로, 큰스님의 법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사무실의 묵은 짐들을 정리하며 발견된 명패들이

단단하게 윤기를 발하며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큰스님 가르침으로 가는 표를 끊으라고 말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한마음 근본으로 직행하는 그 표를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오래된 명패가 

오랜시간동안 함께 해 오신 신도님들을 향한 깊은 감사함을 퍼 올렸습니다. 

두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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