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바람이 불어서...” - 독일지원 불사 기공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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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서...”
처음 독일 대법회가 열리던 1999년, 독일대법회를 앞두고 독일의 유명한 언론사들이 큰스님을 인터뷰하던 자리에서 독일 유명 일간지의 여기자가 큰스님께 질문했답니다.
“많은 유럽국가 중 왜 하필 독일에 오셨습니까?”
이 물음에 큰스님께서는 답하셨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1996년 독일 지원이 개원되고30주년이 흐른2026년6월,부산지원의 선다회가 독일로 날아갔습니다.많은 지원들 중에서 왜 부산지원의 선다회가 독일 지원 새로운 불사가 시작되는 기공식 자리에서 차공양을 올리게 되었는지,독일지원 마당에서 큰스님의 일화를 들으며 알게 되었습니다.또 한 번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람이 불어서’부산지원 선다회는2026년6월25일 새벽 시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공항에서 지원이 있는 카스트까지는3시간.한스욕 독일지원 회장님의 부인인 베티나 보살님의 차를 타고 달려가며 큰스님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8년 전,남편과 두 아이가 같은 원인으로 크게 아파 큰스님을 처음 뵙게 되었을 때,사람들은 큰스님께 가족의 병고에 대해 질문하라고 했지만 큰스님을 뵙는 순간,모든 생각이 끊어지며 너무나 마음이 편안해져 가족의 병에 대해 그 어떠한 질문이나 말씀을 드리지 못했답니다.큰스님을 뵙고 나오던5살 아들은 엄마에게“엄마,지금 우리는 천국에 다녀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그날 이후 베를린에서 지원까지6시간의 거리를 차로 달려 매월 정기법회에 참석하였고 각종 행사를 오가며 공부를 이어왔다고 했습니다.
베티나 보살님의 이야기 중에서 또 한 가지 눈물이 핑 돌게 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한국에서 독일까지13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끝낸 우리들에게 지원으로 향하는 동안 편히 쉬라고 말하며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몇 번인가 큰스님을 뵈러 한국에 온 적이 있었는데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안양 본원으로 향하는 차를 타고 있을 때면‘이제 집에 왔네’라는 생각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잠에 빠져들곤 했답니다. “이제 집에 왔네...”그 말을 듣는 순간,큰스님을 향한 그들의 마음이 확 다가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한국에서 살고 있던 우리에게 큰스님은 육신으로 참으로 가까이에 계셨는데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독일지원으로 향했습니다. 독일지원의 간판을 지나 옆으로 난 작은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선명한 색색의 크고 작은 꽃들과 초록 잔디로 가득한 마당이 나왔습니다. 마당 모서리에 우뚝 서 있는 너도밤나무는 마당에 너른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이상 기후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기공식 준비에 한창인 독일지원 신도님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벨기에, 스위스, 베를린 등 지원 근처 도시에서 가깝게는 2~3시간, 멀게는 6시간의 거리를 달려 기공식 준비를 도우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지원 근처 숙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온 우리도 거리만 조금 더 멀 뿐 그 분들과 마찬가지로 근처 숙소에 머물며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법당 꽃꽂이를 하고 계시던 지원장 혜진스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고 한 숨 돌리자 마자 기공식 차자리에 대한 개략적인 구상을 나누었습니다. 그때 스님께서는 “처음에는 기공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도님들과 준비를 하다 보니 독일지원에 큰스님을 모시고 대법회를 할 때의 기운이 돈다는 걸 자꾸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큰스님과 함께 하는 대법회의 기운 속에서 우리도 본격적인 차자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부산에서 비행기로 싣고 온 차와 다식, 차 도구들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차 자리에 부족함이 없도록 혜도스님께서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를 해 주셨는지 독일 식구들은 그 짐들을 풀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푸는 것 같다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해졌습니다. 큰스님 법문 병풍, 연다포, 유리 숙우, 다식 접시, 녹그릇, 다화를 꽂을 다화병이 차례대로 나왔습니다. 녹차, 황차, 말차를 넉넉하게 준비했고 함께 먹을 다식으로 곶감단자와 금귤정과, 무화과정과까지 얼려서 왔습니다. 기공식을 찾는 내빈들과 독일 불사를 위해 애쓰시는 독일지원 신도님들께 공양 올릴 생각에 얼마나 정성스럽게 짐을 쌌는지,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포장한 덕분에 하나도 깨어진 것 없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나 하나 짐을 풀고 씻을 것들은 씻어서 닦는 동안, 지하 공간의 싱크대 앞에 붙여진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무엇을 하든 수행이다.
내가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무엇을 하든 수행이 아니다.’
차 자리를 준비하며,또 차 공양을 올리면서 내가 한다는 생각 없이 심부름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졌습니다.
운력 틈틈이 혜진스님께서는 지난30년 동안의 시간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큰스님 제자로 독일 땅에서 뿌리내리기까지 결코 녹록치 않았을 시간들이 빙긋이 웃으시며 들려주는 이야기속에서 풀려나왔습니다.보수적인 독일의 시골마을에서 곱지 않는 시선으로 지원을 바라보는 분위기였다고 했습니다.그러니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큰스님께 누가 되거나 쫓아 낼 빌미를 주게 될까 긴장하고 마음 졸이며 지내온 시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그 시간은 스님과 신도님들 모두에게 공부의 시간이었고 때때마다 큰스님께서 늘 함께 하셨고 인연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자리를 잡아나갔습니다.스님께서는“이제 나이 칠십이 되고 보니‘바람이 불어서’라는 큰스님 말씀이 이해가 되고 새로운 불사를 시작하려고 보니 비로소 어떠한 실수를 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고 아이 같이 웃으셨습니다.
차자리 준비는 차근 차근 진행되었습니다.다화에 쓸 꽃들은 꽃시장에 가서 준비할 생각이었으나 도량 마당에 있는 꽃들로 하기로 했습니다.도량에는 줄기꽃이 없어 어쩌나 하던 차에 마침 호텔 근처를 산책하다가 다화에 쓸 멋진 넝쿨 줄기를 발견했습니다.그 꽃줄기를 잘라 호텔방에 물올림을 해 두었다가 지원으로 들고 갔습니다.혜진스님께서는 독일 사람들 아무도 이러지 않는다며 한국 사람만 이런다고 하시며 웃으셨습니다.다화 줄기를 자르다가 잡혀가는 거 아닌가 했다고 말씀드리자 걱정 말라고 하셔서 많이 웃었습니다.
기공식이 있기 하루 전,독일지원 신도님들을 위한 차공양을 올렸습니다.한국에서 떠나올 때만 해도 독일지원의 마당에서 차 자리를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그러나 막상 현지에 와보니 여러 변수가 우리를 맞이했습니다.계획과 달라진다 해도,장소가 어디가 된다 해도 차 공양을 올리는 마음만은 조금도 달라질 게 없었기에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차 자리는 법당 안에서 하게 되었습니다.신도님들을 위해서는 지리산 골짜기의 어느 마을에서40여 년 동안 황차를 만들어 오신 덕순 할매의 황차를 준비했습니다.황차의 은은하고 깊은 향과 색,금귤정과에 도량의 노란 꽃을 장식한 다식,그리고 선다회 회원이 수놓아 만든 다건은 독일 지원 신도님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기공식을 위해 안양 본원에서 오신 이사장 혜수스님,본원 주지 혜솔스님,부산지원장 혜도 스님,울산지원장 혜안 스님 등 여러 스님들을 모시고 함께 한 차 자리는 독일지원 신도님들의 합창으로 시작되었습니다.연다포 주변으로 둘러선 신도님들의 음성공양은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습니다.교민과 현지인이 반반의 비율임에도 얼마나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선법가를 부르는지 놀라웠습니다.오래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 독일 신도님들의 공연을 보며 하염없이 흘러내렸던 눈물이 떠올랐습니다.이어진 부산지원 청년회 출신으로 독일에서 기타를 공부한 웅식법우의 선법가 기타 연주도 감미로웠습니다.향긋한 차를 마시며 내일로 다가온 기공식과 불사에 임하는 마음을 다시금 갈무리했습니다.
기공식 당일은 기온이30도로 떨어졌습니다.그동안39도40도를 넘나들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이 선들선들 불었습니다.차자리 준비를 분주히 마치고 법당 뒤편에서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큰스님의 독일 발자취를 다룬 영상을 보다가 찔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기공식을 끝내고 차자리가 열리는데 주요 내빈인 카아스트 시장이 축사만 끝내고 다른 행사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순간,시장이 갈 때 차공양을 올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짧은 순간 떠오른 한생각 덕분에 급히 떠나시는 시장님께 시원한 연꽃차를 공양 올리게 되었습니다.선다회 선생님인 현병보살님과6기생인 향륜보살님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연꽃차를 공양 올리자 연거푸 석 잔을 마신 시장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삽 포즈까지 취해주고 떠나셨습니다.그리고 기공식 이후 이어진 차자리는 녹차,시원한 연꽃 냉차,말차가 준비되었습니다.연꽃 냉차는 하루전날 준비해서 적당한 우려난 향긋한 맛을 내었고 말차는 구하기 어려운 고급 말차를 부산지원의 신도님이 구해서 공양 올려주신 덕분에 귀하게 공양 올릴 수 있었습니다.
기공식에 참석했던 이웃 종교인들과 내빈들은 각 차자리마다 들러 차 맛에 빠져들었습니다.녹차를 우리는 선다회 선생님의 고요한 행다,그리고 은은한 차 맛에 마음속 걱정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연꽃차는 냉침해 얼음을 띄워 준비해서 더운 날씨와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연꽃차는 인기만점이었습니다.백연을 활짝 피워 얼음을 동동 띄워 둔 모습은 아름다움의 절정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차를 즐기고 몇 년 동안 차 생활을 해오긴 했지만 생전 처음 대중들을 위한 차자리에 앉아 말차를 격불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걱정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말차를 격불하면서 깊은 고요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한 분 한 분 말차를 드시러 오시는 분들마다 그 분들에게 어울릴 다완을 고르고 천천히 다완을 데우고 말차를 격불하며 부산지원 선다회의 차 공양을 받은 인연 공덕으로 마음의 눈 뜨고 귀 열리길 마음내었습니다. “다완 가득 유화를 피워 은하수를 만들고 그 가운데 보름달을 둥실 띄워 우주를 공양 올린다”고 독일어가 가능한 봉차자에게 통역을 부탁했습니다.다완을 받아든 사람들은 말차를 마시기 전 자신 앞의 우주를 바라보았고 그 우주를 한 모금 한 모금 마셨습니다.말차 자리에 오는 사람 사람마다 우주를 공양올릴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잔의 차 공양을 올리기 까지 최고의 맛을 내는 차를 위해서는 어린 차잎을 따고 최고의 차를 만든 장인과 정갈한 맛의 다식을 만든 이와 아름다운 다완을 구워낸 도예가와 차를 격불하는 도구인 차선을 대나무를 이용해100갈래로 세밀하게 잘라 만든 장인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그 많은 부분 중의 한 순간에 내가 있을 뿐입니다.각 분야의 최고 경지에 있는 분들이 없다면 차 공양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전체의 일부로서 그러나 일부로서 완벽해지는 차자리에 함께 할 수 있음이 참으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차자리 덕분에 기공식을 끝내고 독일지원 신도님들과 이사장스님,본원 주지 스님,부산지원장 스님들이 한자리해서 회향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공식이 모두 끝나고 한사람 두사람 큰 짐 가방을 끌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시는 신도님들을 배웅했습니다.이제 다시 몇 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그분들을 보며 멀다는 핑계는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핑계는 얼마나 나약한 이유인가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큰스님 법문을 원어로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현지인들을 보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누리고 있으면서도 큰스님 법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큰스님의 나라,한국에서 태어난 복 있는 우리는 조금 더 힘차게 공부를 해 볼 일입니다.
바람이 불어서 부산지원 선다회는 독일 지원 기공식에서 차공양을 올리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독일지원 신도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감사함이 일었고 큰스님의 제자로서 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도록 감사하고 흥겨운 일인지 느껴져 왔습니다.
이제 부산지원으로 돌아온 지금,내 모습을 보는 이 누구라도 이 공부를 하는 게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살아야겠습니다.부산지원의 신도님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깊은 울림이 있도록 큰스님 말씀대로 주인공을 믿고 놓아 마음의 눈 뜨고 귀 열린 참 사람이 되도록 정진했으면 합니다.
30년 전 큰스님께서 그 땅에 가시는 순간,
마음의 눈 뜨고 귀 열린 세계인들이 마음공부하는 도량은 이미 우뚝 세워졌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독일지원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중심이 되어 그 도량을 물질계에 드러낼 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독일지원 식구들의 공부가 더 한층 안으로 익어질 시간이며
한마음의 바람결따라 유럽의 인연들이 하나 둘 모여 마음꽃을 피울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 중 독일에서
한생각의 바람이 불고
인연의 바람이 불고
원력의 바람이 불어서
마음의 눈 뜨고 귀 열린 세계인들이 마음공부하는 도량이 우뚝 세워질 것입니다.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기공식 행사에 마음 내어주시고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부산지원 모든 분들을 대신해 다녀온 길이기에 긴 글로 공유드립니다.










